수염수리 (Bearded vulture)
수염수리는 유럽, 동아프리카, 티베트 등의 고산지대에서 서식하며 동물의'뼈' 를 주식으로 삼는 새다.
동물의 사체를 먹는 독수리들은 많지만 '뼈' 를 주식으로 하는 새는 수염수리가 유일하다.
(얼굴에 수염이 있다)
수염수리의 식사는 무려 전체의 85~90%가 뼈로 구성되어 있다.
살코기 먹는 김에 뼈도 같이 먹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뼈 위주로 식사하며 거기에 딸려오는 살은 부차적인 것이다.
특히 좋아하는 뼈는 안에 골수와 지방질 등이 많은 크고 긴 정강이뼈다. (뼈만 먹으면 왠지 영양소가 부족할 것도 같은데 딱히 그렇진 않나보다)
(먹방을 선보이는 수염수리)
먹기에 너무 큰 뼈는 공중에서 낙하시켜 깨뜨려 먹는다. 종종 동물들을 사냥해 먹기도 하는데, 동물들도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 사냥해 먹는다.
수염수리의 위산 농도는 pH 0.7~1 정도로 강해 뼈를 잘 소화시킬 수 있다. (큰 뼈가 소화되는데 약 24시간 정도)
Q. 수염수리는 왜 뼈를 먹을까?
A: 뼈를 주식으로 하는 수염수리는 먹이 경쟁에서 엄청난 이점을 취할 수 있다.
다른 동물들이 동물 사체에 남아있는 살과 조직들을 다 소비하고 사라진 뒤에도 수염수리는 느긋하게 나타나 뼈만찬(!!!)을 즐길 수 있다는 것.
고로 수염수리에게는 겨울이 오히려 만찬의 계절이다. 다른 동물들이 생존하기 어려운 계절이므로 더 많은 사체가 생기기 때문.
(새끼에게 야들야들 살코기만 발라 주는 모습)
새끼 때부터 뼈를 먹지는 않는다. 새끼 때는 연한 조직을 먹다가 크면서 점점 뼈를 먹기 시작한다.
야생에서는 평균 수명이 21년 정도이나 사육했을 때 45년 까지 산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아이스킬로스와 수염수리
(아이스킬로스의 머리에 거북이를 떨어트리는 수염수리)
그리스 비극 3대 작가 중 한 사람인 아이스킬로스(Aeschylos, 523 ~ 456 BC)의 죽음에 관한 특이한 이야기가 있다.
아이스킬로스가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중, 거북이를 잡은 수염수리가 아이스킬로스의 머리를 '바위' 라고 생각해 머리에 거북이를 떨어트렸다고 한다. 아이스킬로스는 그렇게 수염수리가 떨어트린 거북이에 맞고 죽었다는데...
수염수리가 아이스킬로스의 머리를 왜 바위라고 생각했는지는 그림을 보면 알 수 있다.